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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우, 신병구 선배님! 문예연구 등단 축하드립니다
작성자 : 김훈 



선생님 홈페이지가 어서 빨리 수리완료되길 기다린 이유 중 한 가지는
장현우, 신병구 선배님 등단 축하글을 어서 빨리 올리기 위해서 였습니다.ㅋ
다음 카페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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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내문학회 85학번 장현우 선배님과 88학번 신병구 선배님께서

2006년도 [문예연구] 신인상을 통해서 등단하셨습니다.

정말정말 많이많이 축하드립니다.

좋은 시 많이 쓰셔서 훌륭한 시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













거금도 외 4편   - 장 현 우  ( 국문과 85학번 )



바다는

소리 죽여 우는 법이 없다

슬플 때는 슬픔으로

기쁠 때는 기쁨으로

자나 깨나 철썩이며 운다

가진 것 없는 낮은 지붕 아래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바다에

닻을 내리며 사는 사람들



한 번 밀어내고

두 번 끌어안기 위하여

자나 깨나 바다가 철썩인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끌어안기 위하여

다시 밀어내기 위하여

닻을 올리며 그들은

오늘도 바다로 간다







가을비



살아가는 일이 콩깍지 밟는 것같이 바스락 거릴 때

일 나가신 아버지 돌아오지 않아 어두워질 때

누가 내 이름 부를까 자꾸 뒤돌아볼 때

마당에 널어 논 콩깍지 비 젖을까

불편한 어머니 다리가 더 뒤뚱거릴 때

콩깍지 밟으며 밟으며 바스락거리는 가을비







호박꽃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담을 따라

호박꽃이 피었습니다

못나서 서러운 익은 호박들 사이로

발돋움한 채 매달려서

간밤 찬서리에도 모질게 피었습니다

아무런 부끄럼도 자랑도 없이

잠들 수 있는 내 형제들같이







태풍



한 번은 휘몰아 칠 것을 알았던 것처럼

한 번은 세상 뒤집힐 것을 알았던 것처럼

수평선이 자꾸만 사라졌다

선창 안에 모인 배들은

팽팽하게 힘주며 이를 앙다물고 버티고 있다

오갈 데 없는 배들은 뭍으로 끌어올려지고

작살마다 허연 등을 보이며 드러누웠다

머리칼 풀어헤친 비바람은

수평선을 쓰러뜨리고

돌담을 쓰러뜨리고 잠긴 대문을 쓰러뜨리고

집 뒤란 감나무를 우지직 쓰러뜨렸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아서

물 보러 가 돌아오지 않는 이들은

쓰러지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놀래미



생선 같지 않다고들 허덜 말어

흔해빠져서 고양이도 안 물어가고

두엄자리 한 쪽에 푹푹 삭아서

마늘밭 거름으로나 쓰였지만

제사상 잔치상에 오르는 것들만

생선이 아니랑께

생선들 씨가 마르는 요즘 같은 세상에

우리 같은 질긴 목숨들이

밤낮없이 퍼질러 새끼 까농께

요샛날 횟집들 불 밝히는겨

이름 달고 태어난 것들은 아무렴

다 이름값을 허더란 말이시

자꾸 생선 같지 않다고들 허덜 말어

이 세상에 젤로 흔허고 천헌 것들이

알고보면 젤로 귀헌 것이드랑께













머리카락 외 4편 - 신 병 구 ( 국문과 88학번 )



잠자리에 들기 전

머리카락 몇 올

그것들이 내게 말을 걸어 온다

방안 어디에서도 천연덕스럽게 나타나는

머리카락은

어디 한번 잠들어보라고

나를 파먹을 듯 달라붙는다



휘어지느니 차라리 부러지겠다는 이들과

부러지나 휘어지나 어쨌든

살아남겠다는 사람들이 얽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방바닥에 이불 속에 베겟잇에

결코 부러지는 법 없이 제멋대로 휘어져

생각 한 귀퉁이를 파먹는

머리카락



밤은 깊어가는데, 잠들면 잊힐세라

한 올 한 올 집어 불에 태웠다



책장 아래 그늘에 숨은 허망한 상상들

이불보 무늬 속 익명의 비겁과

살아있는 척 머리맡을 떠나지 않는 미련들

방바닥에 난 상처인 양 그럴듯하게 버티는

허세어린 자존심까지 ∙∙∙∙∙∙







고드름



고개 치켜올려 대들지 못하고

밤새 떨며 눈물을 갈아

날카롭게 벼린 창 槍


제대로 한 번 적을 향해

겨눠보지 못하고

반복되는 망설임, 가소로운 음모 陰謨

겨울 한 철

또 얼마나 많은 욕망들이

곤두박질칠 것인가



바람 시릴수록

어설픈 분노는 야무진 각오로

날을 세우는데

다시 허망한 봄이 와서

중심을 흔들기 전에

모든 투명한 것들의 자식이 되어

저 태양의 정수리에 꽂히고 싶다







낙과 落果



소나기에 꽃 떨어지듯

푸른 감들 후둑후둑 떨어지며

채 여물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잔가지 몸살나게 흔들던

바람이 자고

나방이 날개를 펴기 위해 갉아먹은

이파리 상처들도 아무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잡은 손 놓치고

떨어져 바닥에 머리 터지는 꿈, 꿈들



제 안에서 맺힌 욕망조차

다 키우지 못하는

여름날의 낙과







거미줄



아슬아슬하게 한 줄도 매단

거미의 하루가

지나던 바람을 세워 잠시

건물 옥상에서 도로 건너 전주電柱 꼭대기까지

비장한 관계를 이은 채로 한적하다

저녁 이슬 천근으로 눌러 와도

쉽게 넘겨주지 못할

내 몸 통째로 먹여줄 사랑을 만나기 전엔

결코 거두지 못할

찬찬히 발 내려딛는 저물녘의

고단한 출렁임

내 집 내 길 위에서의

막막한 기다림







그림자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 사람 몰래

그의 그림자 한 움큼씩 떼어

삼키듯 내 안에 숨겨두었다



세월이 가면

그는 누군가에게

전부를 내줄 터이고

나는 다만

삼켜둔 그 사람의 그림자로

저물도록 목이 멜 것이다



















출처 : 2006년도 [문예연구] 가을호






[2006-12-07 13:54:05 에 등록된 글입니다.]



 장현우, 신병구 선배님! 문예연구 등단 ...  김훈  2006-12-07
13:54:05
     두 분 축하드립니다...  조환형  2006-12-11
08: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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