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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천 개의 공감'김형경-이현옥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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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 '천 개의 공감' 김형경

►누군들 위로가 필요하지 않으랴마는....

  이런저런 도서관 문화행사에서 만나 친해진 만학도가 있다. 그녀의 내면을 구구절절 만나다 보면 내 소견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얘기가 튀어나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밥 먹을 일밖에 없다는 듯이 우리는 식당 문을 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녀에게 김형경의『천 개의 공감』이란 책읽기를 권장했다. 그 며칠 후 그녀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모두 제 얘기예요. 좋은 책 읽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하지 않는가.

이럴 때 나는 꽤 염치가 없는 경우에 놓이곤 했다. 왜냐하면 내가 읽지 않은 책이나 안 본 영화를 직업상 추천해야 하는 입장에 서야 할 때, 내가 읽지도 않은 책을 열심히 읽고 와서 고맙다고 할 때 그렇다. 지극히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도서관을 찾았던 분들께 내가 권장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비로소 내가 보았을 때 나도 시간만 축냈다고 후회될 때가 간혹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없는 책이나 시시껄렁한 영화를 권장했어도 티내지 않고 나를 대해주는 그 분들이 아직도 고맙고 미안하다. 사실 이 책도 나는 그때까지 읽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에 한겨레신문 심리상담 코너에선가 그녀의 글을 접하고 무슨 소설가가 이런 곳까지 고개를 내밀고 있지? 소설의 반응이 시원찮아 방향을 틀었나 보다. 제대로 운영이 될까. 미심쩍어 하면서도 눈에 띌 때마다 시큰둥하게 읽고는 했다.

  나이 오십이 넘으니 자다가 깨어 뜬 눈으로 밤을 보낼 때가 가끔 있다.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분노가 쌓인 날들은 거의 틀림없이 그렇다. 뜬 눈으로 밤을 보내는 밤이면 밀어놓았던 책들을 한 권 한 권 집어 들게 되는 경우가 잦다. 만학도인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부끄럽게 빌려다 놓았던 책, 먼지가 수북한 것을 살살 털어내고 펼쳐 목차를 보니 내 눈길을 당장 이끄는 부분이 있었다. 동생과의 사소한 신경전으로 두어 달 분노하고 침묵하고 있던 내게「가족 관계 - 형제자매는 시기하고 질투하는 관계입니다」라는 목차가 당장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이 꼭지의 내용은 딱 나의 이야기였다. 단지 그 날의 사소한 일 때문에 터질듯 한 분노가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동생과 위 아래층에 살다보니 자주 부딪쳐서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성장기 내내 동생에게 상처 받은 내가 눈시울을 적시며 여직껏 담벼락에 들러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 즈음 나는 절대로 마음을 열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트리에 “내가 먼저 손 내밀고 싶지 않아요. 화해하고 싶지 않아요. 누구도 돌보고 싶지 않아요. 나를 위해 살고 싶어요.”라는 쪽지를 매달기조차 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그 상흔이 나에게만 있다는 것을. 동생은 아예 모르고 있거나 기억하지 못하거나 나처럼 절박하지 않았던 거다. 동생은 사랑이 필요했던 거다. 그것도 부모님의 사랑이…. 홀어머니 밑에서 주눅 들어 살았던 성장기의 나처럼…. 그 밤 나는 펑펑 울었다. 울면 바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이 싫어서 제대로 울어본 적조차 없었던 내 울음이, 내 눈물보가 맘 놓고 터졌다. 괴테의 말처럼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라는 사실을 끌어안고 실로 몇 십 년 만에 나를 몽땅 꺼내놓고 펑펑펑 울었다. 친정식구들을 포기하지 못했던 책임감이 아팠고 서러웠다.

  김형경은 죽는 날까지 소설가로 살고 싶다고 표지 이면에 쓰고 있다. 나는 오늘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그녀의 어떤 소설보다 이 책 읽기를 권장한다. 프로이드나 융 등의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이 부담스러워 한 켠에 밀어놓았던 이들, 성장기의 상처로 피폐해진 마음결과 아웃사이더인 그대에게, 생의 찬란함을 막 시작한 중년들에게 권한다.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 이현옥 약력

완주 봉동에서 태어나 우석대 국문과와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현재 우석대학교 도서관 사서로 재직 중이다.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035



[2019-02-09 11:59:28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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