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늑실거리며(외 1편)
이병초
독감이든 코로나19든
아플 테면 어디 아파보라고
꼬박 열흘을 늑실거렸다
생솔 연기 쐰 빗자루로
내 몸을 쓸어내리는지
때가 되어 내 몸에
삼베옷 입히고
동전 한 닢 물리는지
밤낮을 안 가리고 잠이 쏟아졌다
병원에 가봤냐고 왜 약을 안 먹냐고 따지는
뻣뻣해진 뒷목을
목침에 대고 쭈욱쭉 문지르는 동안에도
콧물이 줄줄 흘렀다
온갖 뼈마디가 쑤시고 저렸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속옷을 벗으면서
덜덜덜 턱을 떨면서
몹쓸 병 걸린 이 세상도
벗어버리고 싶었다
외발자전거
담배 사려고 편의점 불빛에
동전을 비춰보는데
자두나무 밑에 외발자전거 한 대
바퀴는 푹 꺼졌고 살대들이 튀어나왔다
저리 못쓰게 망가졌어도 그에게도 어젯밤이 있었으리 달빛 비치는 수돗가에 양말과 속옷 빨아서 널고 핏기 잃은 이부자리 쓸어도 보며 외길을 못 벗어난 하루가 달빛에 번들거렸으리
담배 사는 것도 잊어먹고
불빛에 반짝일수록
더 가난해지는 백동전을
이빨로 깨무는 밤이다
-『작가의 눈』, 2024년, 2월. |
[2024-03-15 06:34:31 에 등록된 글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