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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정월대보름

머슴집 아이들 부잣집 아이들
함께 어울려 밥 빌러 다니는 날
아이들 소쿠리에 집집마다
한 주걱씩 아낌없이 밥을 퍼주는 날
오늘은 하루에 오곡밥
아홉 번 먹는 날이다
오곡밥이 별거냐, 집집마다 퍼주는 밥을
소쿠리에 섞어먹으면 오곡밥이지
절구통에 걸터앉아서 개하고도 나눠먹는다

있는 집이나 없는 집이나
이렇게 골고루 나눠먹으면
이 세상에 걱정할 게 없다고
다가온 보릿고개보다 더 뒤에 다가올
더위나 걱정하자는 듯이

내더우내더우내더우
니더우내더우맞더우

더위 팔아먹고 되파는 재미로
코앞에 다가온 보릿고개 짐짓 잊어보는
널널한 정월대보름

..........................................

예전에는 정월대보름날
더위 팔며 인사를 주고받는 게 큰 재미였다.
어떤 이는 전화로 더위를 팔아먹기도 했다.
요새는 정월대보름날 더위 팔아먹는 사람이 아예 없다.
날이 다 저물도록 한 번도 울리지 않는
정월대보름의 핸펀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 또한 더위 팔아먹을 생각이 전혀 없다.

[2021-02-26 20:35:43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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