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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작성자 : 이병초 


글씨·2(외 1편)
이병초


  풀잎에 간조롱히 맺힌 이슬이 네 글씨 같다
  이리저리 휘어진 풀잎에 글씨들이 여치소리 깔고 소주처럼 맑게 눈을 뜬다
  언젠간 몸에서 쫓겨날 목숨을 간조롱히 적었나보다


운동화
이병초

  
  운동화 끈 매려고 가시내 허리가 접힐 때면
  내 눈이 절로 시었다
  
  교련복 윗도리를 깔개 삼은 갯버들 속에서 인절미 구워먹으며 끈 풀린 맹꽁이 운동화에 눈길이 쏠리곤 했다 끈을 매라고 말할 수 없었다 콩고물 묻은 검지에 이슬 매달아 내 입술을 축여주던 가시내 얼굴이 더 가까웠다

  버들잎 같던 가시내 발에 새 운동화 한 켤레 못 신기고
  많은 날들이 해를 등졌다
                                             -『문학과 사람』, 2021년, 봄호.

[2021-02-26 09:26:37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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