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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첫눈

  
한번 빚진 도깨비는
갚아도 갚아도 갚은 것을
금방 잊어버리고
한평생 그걸 갚는다고 한다
먹어도 먹어도 허천나던
흉년의 허기도 그 비슷했던가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소용없는 사람아
내려도 내려도 다 녹아버리는
저 첫눈 보아라

몇 평생 갚아도 모자랄
폭폭한 빚더미처럼
먼 산마루에만
희끗거리며 눈이 쌓인다


도깨비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고 상상의 세계로까지 날아다니는 마력이 있다. 빚을 갚고도 잊어버려 평생 빚을 갚는다는 도깨비 이야기는 신기하고 재미있다. 사람은 꿔갈 때 마음 다르고 갚을 때 마음 다른 경우가 많다. 빚지고 자꾸 미루거나, 아예 잡아떼거나, 심지어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 어려울 때 도움 준 일이라면 마음으로라도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반복되는 시 구절에서 강조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갚아도 갚아도’에서는 잊지 않는 마음이 읽히고, ‘먹어도 먹어도’에서는 늘 부족한 마음이 읽힌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에서는 그리움에 사무친 마음이 보이고 ‘내려도 내려도’에서는 소용없는 허무의 마음이 보인다.

아쉬움만 남기고 떠난 첫사랑 앞에 뒤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제 잘해 주고 싶어도 이미 떠난 사랑임을, 곁에 있을 때 후회 없이 잘해 주는 것이 사랑에 대한 빚을 갚는 것임을, 첫눈이 내리고 내리며 일깨워 준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한번 빚진 도깨비처럼

<한번 빚진 도깨비는/ 갚아도 갚아도 갚은 것을/ 금방 잊어버리고/ 한평생 그걸 갚는다고 한다>
정양 시인의 ‘첫눈’이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려도 내려도 흔적 없는 눈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나 봅니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소용없는 사람아/ 내려도 내려도 다 녹아버리는/ 저 첫눈 보아라/ 몇 평생 갚아도 모자랄/ 폭폭한 빚더미처럼/ 먼 산마루에만/ 희끗거리며 눈이 쌓인다>
걸어도 걸어도 닿으려던 그것들 더 멀어지는 것만 같은 날, 애를 써도 또 애를 써도 공들인 자취 한 점 없이 스러져 버리는 그런 날, 내려도 내려도 흔적 없는 세상에 하염없이 내리는 저 눈을 생각하세요.
‘한번 빚진 도깨비’처럼, 그렇게 가없이 내리고 내리고 나면 불현듯 세상 속 한 자락 희디 희게 되더이다.  남인희 기자 namu@gjdream.com


[2023-11-17 12:29:52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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