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洋의 홈



이병초 맑은시비평38. 문인수-쉬!
작성자 : 김경운 
파일1 : 1.png (496.5 KB)
파일2 : 1_2.png (222.8 KB)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38. 쉬! - 문인수





시는 진술을 꺼린다. 운율과 비유, 이미지 등으로 형상화되어 사람의 기억 속에 잠든 감각을 흔들어 깨우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미가 시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한다. 자유시의 형태가 다양해져서 영역이 광범위해진 데다 “좋은 시”는 진술이나 시적 장치 또는 사회담론과 관계없이 우선 실재하기도 한다.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인수, 「쉬」, 전문.



  환갑을 지난 사내가 아흔이 넘은 아버지 오줌을 뉜다. 삶에 필요한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지만 정신은 맑았으므로 환갑을 지난 아들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하며 어리광부리듯 오줌을 뉘며 아버지께 “몸 갚아드리듯”했다는 언술에 시의 목젖이 축축이 맞물린다.  

  아흔이 넘은 아버지의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뜨신 끈”에서 우주는 숨죽이고 있다. 툭, 툭, 끊어지는 노구의 오줌발을 부자간의 길고 따뜻한 정(情)으로 이어놓은 시의 정신은 눈물겹다. 오줌을 뉘는 화자의 몸이 아버지 몸에 사무쳐 들어가듯 “몸 갚아드리듯”했다는 구절이 다시 눈길을 비끄러맨다. 자식이자 부모인 일반인의 오늘에만 미치지 않는 이 구절은 사랑이 어떤 색깔과 향기를 간직한 행위인가를 찬찬이 짚어보도록 한다.

  오줌 뉘기란 화소(話素가 비유와 산문율로 버무려져 인간적 울림으로 확장된 언술은 언뜻 소리꾼의 어법을 떠올리게 한다. 소리판의 상황을 입말로 나타내자마자 관객의 눈앞에 떠오르도록 유도하는 어법이 그것이다. 이 세상에 사람보다 더 귀한 존재가 없다는 데서 비롯되었을 이 어법은 조선의 오랜 어법을 빼다박은 것 같다.  

  사람을 대하는 곡진한 태도가 문인수 시인만의 언술에 녹아든 시. 사람의 행위를 소중하게 여기고 삶의 진정성에 먼저 침투되어 무디어진 감각을 흔들어 깨우는 시. 아들 품에 안긴 아버지와 몸 갚아드리듯 아버지를 안고 있는 아들의 모습은 자본과 문명이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소리꾼처럼 입말로 풀어간 시 구절마다 사람 냄새가 숨결처럼 배어 있다.

/ 이병초(웅지세무대 교수)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88










[2020-06-22 16:37:12 에 등록된 글입니다.]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