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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코스모스.<외2편>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초여름 코스모스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체는 혼자 다 하던 가시네

일루와봐 일루와봐봐

호밀밭에 숨어들어 겁도 없이

호밀밭 뭉개고 드러눕던 가시네

소문내면 너 알지?

어른들 흉낼 낸답시고

호밀밭에 드러누워 검정 통치마를

다짜고짜 이마빡 위로

훌러덩 걷어올리던  

아홉살 동갑내기 가시네야

예순 넘도록 그 호밀밭

소문낸 일 꿈에도 없는데

민망하여라 다 알고 있다는 듯

초여름 고향길 산비탈에

철도 모르고 피어 하늘거리는

저 새빨간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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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民畵적 접근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아리고 싶던 시인처럼
아무 걱정도 없이
기억 속의 민화들을 짚어보고 싶다
개구쟁이일지라도
튼튼하게만 자라달라는 어버이처럼
잘 다듬어진 시보다는
민화적 질박함이 내게는
더 절박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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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


오뉴월 하룻볕이면
풀나무가 석짐 마른다고
잊어먹을 만하면 그 하룻볕을
일삼아 내세우던 동갑내기 후배,
생일이 나보다 보름이나 빨랐다
풀나무를 석 짐은 베어 말린다는
당당하던 그 하룻볕도
하릴없이 기가 꺾이는 저녁나절,
하지감자는 아무 때나 캐먹어도
갈 데 없는 하지감자라며
하지 되기 전부터 동갑내기랑 함께
도둑감자 캐어 구워먹던 비탈밭,
이제는 하지감자 대신
망초꽃 뒤덮인 묵정밭머리에
한세상 거덜내고 돌아온 저녁놀이
수십 년 묵은 하룻볕을
한꺼번에 헤아린다


단오(端午)


아무 일도 없이
봄날 보내버린 몸
그넷줄에나 매달려
담 너머 흘깃거리지 말고
도적맞아도 좋으니
우선 물맞으러 가자
바람맞아도 타박맞아도
샛서방 맞아도 좋으니
눈깜땡깜 물부터 맞자





[2020-06-21 09:12:07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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