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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 小滿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소만 小滿

독새풀씨 바가지로 훑어
먹으나마나한 죽 쑤어 먹던
그렇게 팍팍한 보릿고개는 이제 아니다
크지도 많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소'짜 小字지만
물고기도 개구리도 꽃뱀도 그런대로 잡아먹을 만하고
풋보리도 풋밀도 그나마 구워먹을 만하고
덜 여문 감자도 그럭저럭 캐먹을 만하고
소 닭 보듯 지나치던 덕순이도
뽕밭에서는 그래도 눈 맞출 만한
지낼 만한 견딜 만한 버틸 만한 만만한 '만'짜滿字다
소대가리 터진다는 소만 추위도
만만한 보리도 이제는 익을 일만 남았다
잠결에 코피가 쏟아지는 건
뱀처럼 뒤엉켜 물불 안 가리던 산자락에
찔레꽃 냄새 야무지게 쏘아대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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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린이날이 이팝꽃 피는 입하였고
다음 주 20일이 소만이네요. 코로나도 이제는
물러날 만한데 아직도 끝이 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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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詩쓰기공부방

절기의 의미 상황풍경의
인상적인 면을 직접 해석하는 들려주기
              -정양「소만小滿」

       오철수

그 절기의 상황풍경에 대한 체험에서 인상적인 면을 해석하면서 절기의 의미라는 감정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니 우선 내가 보고 있는 상황풍경이나 그에 대한 체험에서의 인상적인 면들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삶으로의 해석이라는 사색적 감정적 체험이 따라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시로 쓰고자 하는 절기에 대한 감정세계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표현함에 있어 형상화의 재료는 자연스럽게 내 마음에 비친 인상적인 면과 그에 딸린 구체적인 감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형상화의 두 재료 중에 무엇을 중하게 쓰느냐에 따라 서정의 맛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해석적 감정이 시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소만(小滿), 양력 5월 21일 무렵의 우리 삶과 여러 자연물에 대한 관계가 나옵니다. 그 관계의 해석으로 소만의 의미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소만 때면 햇볕이 풍부해지고 산야는 연초록이 됩니다. 그 말은 뭔가 차오르고 먹을 것들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작게 찬다’는 의미로 소만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 사실이 인상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 ‘작게 찬다’의 의미를 소만 무렵의 우리와 자연물들의 상황과 관계를 해석하며 감정세계를 갖습니다.

어떻게?

- 장면1: “독새풀씨 바가지로 훑어/ 먹으나마나한 죽 쑤어 먹던/ 그렇게 팍팍한 보릿고개는 이제 아니다”. 보릿고개란 저장해놓은 쌀이 떨어지고 대체 식량인 보리는 아직 수확하기 이른 시기에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기간을 말합니다. 궁핍한 살림에 쌀이 빨리 떨어지면 정말 먹을 것이 없어서 독새풀씨로 죽을 쑤어 먹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초록이 돋아나는 소만이 되면 그렇게 막막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처럼 말합니다.

장면2: “크지도 많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소’짜小字지만/ 물고기도 개구리도 꽃뱀도 그런대로 잡아먹을 만하고/ 풋보리도 풋밀도 그나마 구워먹을 만하고/ 덜 여문 감자도 그럭저럭 캐먹을 만하고/ 소 닭 보듯 지나치던 덕순이도/ 뽕밭에서는 그래도 눈 맞출 만한/ 지낼 만한 견딜 만한 버틸 만한 만만한 '만'짜滿字다”. 그래도 생명이 푸릇푸릇 살아나는 계절이니 먹을 것이 있습니다. 생의 살림이 바닥을 쳤지만, 아니 바닥을 쳤기에 이제부터는 늘 ‘차다’[滿]입니다. 비록 “크지도 많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소’짜小字지만” 그래도 먹을 것이 있습니다. 먹을 것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니 “소 닭 보듯 지나치던 덕순이도/ 뽕밭에서는 그래도 눈 맞출 만”합니다. 먹는 것 이외의 것이 눈에 들어오니 “지낼 만한 견딜 만한 버틸 만한 만만한 '만'짜滿字다”입니다.

장면3: “소대가리 터진다는 소만 추위도/ 만만한 보리도 이제는 익을 일만 남았다/ 잠결에 코피가 쏟아지는 건/ 뱀처럼 뒤엉켜 물불 안 가리던 산자락에/ 찔레꽃 냄새 야무지게 쏘아대던 탓이다”.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그래도 뱃속에 넣을 것이 있고 보리도 눈앞에서 누렇게 익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모내기를 해야 하는 시기이니 코피가 쏟아질 만해도, 그래도 만만하게 차오르는 중이니 넌지시 “뱀처럼 뒤엉켜 물불 안 가리던 산자락에/ 찔레꽃 냄새 야무지게 쏘아대던 탓”이라고 둘러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생의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바야흐로 생명의 그물이 서로에게 생명을 흘려보내는 우주적 경작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게 소만의 의미가 해석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감정세계를 어떻게 표현합니까?
- 소만 무렵의 자연 상황과 삶의 관계를 해석하여 들려줍니다.



[2020-05-16 09:16:31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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