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洋의 홈



전홍준 신작시!
작성자 : 이병초 


구멍망둥이(외 1편)
전홍준


내 친구 구멍망둥이
소싯적 천수만을 유유히 건너
대천에서 기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도착
양복점 시다를 거쳐 택시 운전사까지
끗발이 서더라는데
전설의 영등포 백구두였다는 대목에서
노을처럼 얼굴이 붉어지던 친구
고향 갯벌로 돌아와 딸 둘 다 키우고
이제는 몸에 묻은 뻘 고스란히 감싸고 들어앉아
뻘밭이 내 집이다 생각하는 구멍망둥이
허구한 날 제 구멍만 들랑거리자
이눔아 그만 좀 나와 얼굴 좀 보게 하여도
누구네 초상집이나 누구네 대삿집에도
얼굴 한번 안 디밀고
짭조름한 뻘밭 노을만 삼키며 산다





허리 통증을 짚으며



엠알아이로 찍은 사진을 앞에 두고
의사는 고장 난 곳을 막대로 가리키며
수술이 필요하다고 수술은 간단하다고 한다
재발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수술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설명도 없다

허리 하반신 부분 마취
수술실로 환자용 간이침대에 몸을 뉘었다
간호사가 찬 알콜로 다리 감각을 확인한다
의사는 내 등을 열고
신경을 누르는 추간판 디스크를 긁어냈다
마취가 풀릴 쯤 목이 말랐다
간호사는 물을 주지 않고
거즈로 입안만 적신다

간호사가 발목을 앞뒤로
끄떡거려 보라고 한다
발목을 끄떡거리며 마취 풀린
허리를 짚어본다
깨어있음은 늘 아픈 것이라는 듯
통증이 사납게 살아난다

                                          -『아라문학』, 2019년 겨울호.

[2020-01-10 15:30:22 에 등록된 글입니다.]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