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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48. 책『크리스 조던- 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 그 너머로』 / 크리스 조던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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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48. 책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 그 너머로』 / 크리스 조던






실천하는 작은 삶 - 그래도 살아갈 것이다



  근래 들어 세간에 독서의 중요성과 독서하는 방법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가운데 내가 뽑은 최고의 독서법은 ‘서삼독(書三讀)’이다. 이 땅의 참 스승이셨던 신영복 선생님의 고운 모습이 새삼 그립다.

    
  

  나는 학생들과 책읽기 활동을 하며 가끔 이런 말을 해 왔다. 우리들은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뉘어야 한다. 변화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으면 읽지 않음과 다름없다. 여행도 종교도 같은 맥락이라며 그 중요성에 대하여 여러 차례 내 생각을 피력하고는 했다. 하지만 나 역시 어떤 책은 텍스트 자체만을 읽었는지 마음이 전혀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어떤 책은 쉽게 읽혔음에도 나 자신을 읽고 소소한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이 찍고 쓴 책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 그 너머로』은 바로 당장 변화와 실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작가가 만든 다큐까지 보게 된다면 불편한 진실 앞에서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게 되리라.

  부산 남천동의 한 골목. 학원이 즐비한 거리. 그곳에 독보적인 존재 <인디고 서원>이 있다. 십여 년 전 우연찮게 신문기사를 보고 젊은 친구들이 벌이는 인문학의 향연이 궁금하여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드디어 어느 해 겨울 부산 여행 중 나는 그곳을 일부러 찾아갔다. 쪽빛의 예쁜 간판에 작지만 품격 있는 서점과 마당, 에코 밥상, 그리고 카페, 그 안과 밖에서 그동안 벌어졌던 청소년들의 변주가 나의 걸음을 재촉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돌아온 이후 나는 인디고 서원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 그들의 행보를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돈과 권력, 학벌, 외모 등을 갖춰야만 사람 행세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읽고 추천하는 ‘이달의 추천도서’ 목록은 자주 활용해 왔다. 한 달에 한 번 이메일을 통해 여타의 소식들을 전해 주었는데 직업상 간단한 책 소개의 글을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그 책들을 선정하여 신착서가에 진열해 놓곤 하였다. 『가난한 사회, 고귀한 삶』, 『영원한 소년』 등 그들이 엮어낸 품위 있는 책들이 그것이다. 그런 어느 날 크리스 조던과 함께 한 일련의 작업이 내 눈에 들어왔다. 북태평양의 미드웨이섬에서 바다 위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먹잇감 인줄 알고 물어다가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먹였으나, 결국 떼죽음을 당하고 마는 알바트로스라는 생소한 새들이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요즈음 너나없이 책을 읽지 않는 대한민국 세태를 걱정하고 있다. 물론 너무 읽어 탈이 나는 사람도 있긴 하다. 보통 사람들은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해도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러함에도 지난 연도에 우리대학 도서관에서는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함께 읽기’를 진행하였다. 이런 풍조 속에서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겨우 20여명이 참가했지만 상대적으로 결속과 소통의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자부한다. 나는 사실 독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바가 없어서 학생들을 지도하기에 역부족을 느낀다. 다만 어렵지 않은 책을 선정하여 책 읽기의 재미에 빠지게 하는 소망을 갖고 있을 뿐이다. 단편소설을 약간 각색하여 역할을 나누어서, 배우들 마냥 큰소리로 낭독하니 얼마나 재미있어 하더란 말이냐.

  크리스 조던의 이 책도 우리는 돌아가면서 소리 내어 함께 읽었다. 이 책에 딸린 다큐까지 인디고 서원으로부터 어렵게 공수하여 보고 나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였다. 살아 숨 쉬는 생명들과 공존할 수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과 변화에 대하여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였다. 누군가는 당장 플라스틱용기에 담은 물이나 커피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겠다. 시장바구니를 가방 속에 넣어 다니겠다, 세제를 줄이겠다, 모피상품을 구입하지 않겠다 등의 다짐을 들려줬다. 알바트로스 한 마리가 날개를 좌우로 펼치면 그 길이가 2m 이상이나 된다. 수십만 마리의 알바트로스가 미드웨이섬을 날아오르는 장관이 우리들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독서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탄생을 경험하였다.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284






[2020-01-04 20:21:43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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