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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 43. 책 '끝과 시작'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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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43. 책 '끝과 시작'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나도 한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폴란드의 시인이며 199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22세에 「단어를 찾아서」라는 시를 「폴란드 일보」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입문한 작가다. 성별은 여성이다. 그녀는 첫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부터 시작하여 『여기』라는 마지막 시집까지 무려 12권을  출간하고 타계했다. 자괴감은 이럴 때 드는 거다. 가당찮게도 말이다. 어린 그 나이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나잇살 먹은 지금은 또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도 사실 스무 서너 살 즈음 시인이 되어 보겠다며 시를 습작하고 있었다. 학교신문에 시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43회 분량의, 장르도 불분명한 독서에세이(?)를 쓰며 몸을 뒤틀고 있다. 힘들어 죽겠다. 어서 끝내고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정도도 어디야. 50꼭지는 쓰고 말리라. 이런 내가 대견하기도 하다가 참나. 웃음이 픽 나온다.

    
  그녀는 그 많은 작품들을 어떻게 썼을까. 편수로 대략 계산해 보니 시집 1권에 60편 가량 실렸다면 700편 ~ 800편 가까이 쓰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어디 시만 썼겠는가. 경외해 마지 않는다. 그러니 징징대는 소리거들랑 그만 두시라.

  쉼보르스카의 시를 일부 옮겨본다. 오늘도 일자리 찾으며 이력서를 작성하느라 고부라져 있는 그대들 참고 하시면 좋겠다. 슬프고 먹먹하다가 이내 고소를 멈출 수가 없었다.



[………]

살아온 세월에 상관없이

이력서는 짧아야 하는 법

[………]

이렇게 쓰는 거야. 마치 자기 자신과 단 한 번도 대화한 적 없고,

언제나 한 발자국 떨어져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해왔던 것처럼.

[………]

가치보다는 가격이,

내용보다는 제목이 더 중요하고,

네가 행세하는 ‘너’라는 사람이

어디로 가느냐보다는

네 신발의 치수가 더 중요한 법이야.

게다가 한쪽 귀가 잘 보이도록 찍은 선명한 증명사진은 필수,

그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리느냐보다는

귀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더 중요하지.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

이런, 서류 분쇄기가 덜그럭거리는 소리잖아

                                      - 「이력서 쓰기」 부분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실로 오랜만에 시랍시고 한 번 써 봤다. 조금 우스울지라도 눈 질끈 감고 읽어주시기 바란다.



쉼보르스카처럼   - 이현옥

멋진 책상을 가지면 글을 쓸 줄 알았지

의자가 삐걱거린다며 견고한 의자로 바꿨지

나이 들었다고 안경 때문이라고 탓했지

버지니아 울프처럼 『자기만의 방』이 없어서라고

무릎을 치기도 했었지

아! 진짜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네 라고



나는 지금 이 모든 것을 갖추고도

책은 가슴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글쓰기는 여전히 고달프기 짝이 없네  

가끔 침대에서 기어 나오기 싫은 아침이면

카카오톡 자기와의 채팅방에다

글이랍시고 주저리 매달고 있기는 해



그녀의 시를 읽을 때는 그녀처럼 쓰고 싶었지

객관적으로 관조하며 명쾌하고 신랄하게

격조 높고 우아하게

지리멸렬하고 구질거리지 않는



오늘 아침은 어쩌자고 생각이 많은 게야

쉼보르스카 당신의 시집 『끝과 시작』 때문이군

‘시작과 끝’이 아닌

서두르자 이러다가 늦고 말겠네

항상 목구멍에 풀칠이 먼저야

돈 되는 일이 우선이지

우스꽝스런 이 글줄 내려놓고 튀어 나가자



그녀는 마음에 콕콕 드는 「단어를 찾아서」

종횡무진 시름하며 시편들을 엮어 나갔으리라

아무렴 사람 사는 세상 다 그렇지

대충 글이 나왔을 리 만무

나 오늘 쉼보르스카처럼 따라 해 봤네

언제쯤 온전히 내가 될 수 있을까 하고



  늘 쫓기며 사는 내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그 많은 시들을 읽는다는 것은 무리였다. 시집 『끝과 시작』에 실린 시만 해도 너무나 방대하다. 하여 나는 아침저녁 침대에서 눈에 띄는 대로 펼쳐서 읽고는 했다. 「단어를 찾아서」, 「두 번은 없다」와 「양파」, 「여기」 등의 시 좋았다. / 이현옥(우석대학교 도서관 사서)



[2019-11-28 21:43:03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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