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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의 맑은 시비평3. 김자연- 아침이 오는 이유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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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의 맑은 시비평>3. 아침이 오는 이유 - 김자연



동시 한 잔!



  오랜 기간 시를 공부했지만 아직도 나는 동시(童詩)를 잘 모른다. 타 장르에 비해 동시에 접근할 기회가 너무 적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쓴다. 동시에 대한 내 소견이 빈약하다 못해 산자락에서 털어온 쥐밤 닷 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쓴다. 먹을 게 없어서 가을이 싫었던 어린 날을 어디에 걸어놓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동시 한 편이 뿜어내는 숨결에 내 육신이 감겼기 때문이다.



    
  



  별들이

  밤새  



  깜박

  깜박



  까만 밤을

  다

  먹어 버렸어.

                   - 김자연,「아침이 오는 이유」, 전문.





  이미지의 번득임과 운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존재의 새 형상을 포착한다는 시의 이론을 시원하게 벗어버린 동시 한 편. 갈색으로 바뀐 풀섶 안쪽에 어려 이슬처럼 반짝이는 것만을 따로 떼어서 동시라고 명명하지 않았을 언어의 촉수가 단단하다.  

  이 동시를 읽을 때마다 나는 시인의 목소리가 된 것 같다. 아니 내가 동시 한 벌을 입고 시간의 바깥에서 지구를 품고 있는 것 같다. ‘별’과 ‘밤’과 ‘까만’ 등의 초등학교 1학년도 모를 리 없는 시어와 눈에 익은 형식으로 중년의 피곤한 숨소리를 고르게 펴주다니.

  시와 동시의 경계가 무색해지는 신선한 충격을, 당대 최고의 절창을 모셔 들이듯 어젯밤 나는 “동시 한 잔”을 쭈욱 들이켰다. 소주가 다디달았다. 문명사회가 붙여준 이름표들을 죄다 떼버리고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반짝일「아침이 오는 이유」를 아무에게나 들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맙다. 까만 밤을 먹어버린 별의 혼이여. 인간의 뜻과 관계없는 오오랜 숨결이여!

/ 이병초(시인, 웅지세무대 교수)

    

이병초 약력: 전주 출생. 1998년《시안》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살구꽃 피고』『까치독사』등이 있다.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

주소: 전북 완주군 봉동읍 보상길 25-15

전화: 010-4651-9009




[2019-10-25 00:07:33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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