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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18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홍세화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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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18.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홍세화



  홍세화 작가 때문이다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눈물 속에 봄비가 흘러내리듯

  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나는 가끔 억지를 부리거나 떼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갈 때는 으레 내 기억이나 주장이 틀릴 때가 많다. 그러함에도 나는 생떼를 쓰곤 한다.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이라는 오래된 대중가요의 제목도 그렇다.

  나는 계속 그 노래의 제목이 ‘지금도 마로니에는...’ 이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되뇌곤 한다. 내 또래 사람들의 기억력이 뚝 떨어져 가사 앞부분을 노래 제목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이번의 경우는 딱이 설명을 못하겠다. 그냥 자연스레 내 입에서 구르다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사실 이유가 없지는 않다. 이 모든 사연은 홍세화 작가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때문이다.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내 인생 어느 구석에 처박혀서 나올 기미가 전혀 없었을 노래. 책속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와 삼사 개월 내 몸 속에서 되살아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분명 인터넷에 올려놓았으리라. 과연 나의 촉수는 맞아 떨어졌다. 검색해 본 결과 ‘길담서원 카페’에 있었다. 가수 박건이 아니라 카수 홍세화가 수줍게 불렀던 ‘지금도 마로니에는...’ 아, 아니다.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이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나는 특히 이 부분이 너무 좋다. 그리움과 회한 등이 밀려오는 앞의 가사들보다 하필 이곳이 왜 그렇듯 당기는가. 사실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

  입안의 혀처럼 구르는? 흐르는? 앞부분에서 눈물이 날 만큼 슬프다가도 그 부분에 이르러 잘 삭이게 하는 이 느낌은 무엇인가. 언어의 연금술사도 아니고, 시인은 더군다나 아닌 내가 알아내기엔 역부족임을 고백한다.

  그리하여 “그 길에 마로니에” 로 이어지는 절묘한 이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깨끗이 포기하겠다. 그저 가슴에 묻어 두겠다. 말인즉슨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 부분을 들으며 나는 뭔가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다.

  지하철이 끊긴 아주 늦은 밤. 누군가의 콜을 기다리며 택시정류장 택시기사용 수신전화기의 불빛에 시선을 보내다가, 이국땅 차가운 밤하늘을 올려보다가, 아파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헤아리다가, 외로움과 상념에 젖어들던 홍세화. 드디어 전화기에 신호가 오긴 왔는데 콜 손님이 아니라, 그만큼이나 외로움을 타던 게이 ‘쁠레장스의 여인’ 그의 이야기를 일없이 들어 주던 한밤중의 이방인 홍세화가 오버랩 됐다면 너무 억지스럽다고들 눈총을 보낼는지….

  나는 가수 박건이 데뷔 초반에 휘파람 소리를 내며 불렀던 “지금도 마로니에는...” 이 제일 듣기 좋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끝부분의 반음이 마치 파도가 찰랑이며 다가왔다가 스윽 밀려가는 소리로 들린다.

  유튜브에 나와 있는 바닷가 장면 뮤직비디오 때문인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도 그처럼 그 부분을 따라 불러 본다. 어림 반 푼어치도, 택도 없다.

  나는 마로니에를 잘 모른다. 40대 후반에 한번 가 본적 있는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었던가? 그 앞의 가로수들이 마로니에였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나나 확신하진 못하겠다. 플라타너스도 파리에서 많이 본 듯하다. 하지만 플라타너스는 어렸을 적부터 많이 봐 와서 익히 알고 있다. 참으로 예쁜 이름들을 가졌다.

  나는 아마도 나무 자체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고 나무 이름을 좋아했던 것 같다. 뽕나무, 탱자나무는 마치 옥자, 순자처럼 느껴진다.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 외국을 여행하리라는 가망도 없이 그저 아련한 서구의 냄새로 와 닿았던 이름, 플라타너스의 우리 말 이름이 ‘버즘나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 나무를 좋아했을까...?

  아. 노래 참 좋다. 이렇듯 되뇌다가는 그 노래 제목이 한 번 더 바뀔 듯하다. 그 길에 마로니에~~로.

  나는 그만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이 모두가 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홍세화 작가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상당히 먹먹했었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불렀다는 노래를 내 기억 속에서 꺼내어 다시 들었을 때는 가슴이 더 아릿했다. 다행이다.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이리저리 덧칠하며 글을 쓰다 보니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고맙다.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245


  



[2019-06-05 13:39:17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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