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洋의 홈



작은도서관16 영화'라스트 홈'/라민 바흐러니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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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16. 영화 '라스트 홈' / 라민 바흐러니

  집들이 춤을 춘다 ~


  나는 집에 대한 로망이 많은 사람이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인터넷 서핑이 네이버의 '리빙' 이라는 카테고리라면, 그리고 그 중에서도 주택 건축, 인테리어, 온라인 집들이 등 이라면 내가 집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 사람인지 이해가 되실까?

  1년이면 서너 번. 윗목에서 세숫대야며 함지박 그릇에 빗물을 받아내고 부엌 쥐구멍을 통해 콸콸 쏟아져 들어오는 흙탕물을 바가지로 퍼내며 허리 펼 새 없이 돌아쳤던 유년. 겨우내 외풍은 또 어쨌는가. 아침에 일어나면 걸레가 바싹 얼어있지 않나. 가까스로 녹인 걸레로 마루를 닦고 있노라면 마루는 곧바로 살얼음판이 되고는 했다.

  동상 걸린 손을 입김으로 호호 불어가며 추운 겨울을 원망했다. 마루에 유리문이 달려서 드르륵 열고 나오면 토방으로 연결되던 집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해마다 짚으로 이엉을 얹지 않아도 되는 기와집을 갖고 싶어 얼마나 두 손을 모았던가.  

  시내의 기찻길 옆 여자상업고등학교 시절. 죽어라 하기 싫은 주산과 타자기를 억지로 두들기며, 머릿 속은 온통 환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 캄캄한 절망의 시간 나를 살게 했던 집짓기에 대한 간절한 열망. 이외에도 많은 꿈을 꿨지만 그 중에서도 집을 짓고 허물며 보냈던 시간들. 내가 지은 머릿속 집의 숫자를 헤아리면 수십 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집의 내부와 외부에 변화를 가져왔는데 여고 시절 ‘내가 만약 집을 짓게 된다면...’ 하고 최종적으로 지은 집의 모습은 천창이 있는 집이었다.

  하늘의 구름과 별을 볼 수 있고 담쟁이가 붉은 벽돌을 타고 오르는~~ 마당에는 등나무가 있어 등꽃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난로 위 주전자에서 김이 퐁퐁 오르는~~ 그 주전자의 물을 도자기 컵에 따른 후 왼손 오른 손으로 옮겨가며 따뜻함을 만끽하는~~ 엄마는 더 이상 논과 밭으로 돌아치지 않고 저 난로 옆에서 가족들의 옷을 뜨개질하며~~

  그런 집을 짓고 소유하는데 들어갈 돈에 대한 생각은 눈곱만큼도 해 보지 않고 말이다.

  나에게 『라스트 홈』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내가 상상했던 따스한 풍경과는 영 딴판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금리가 높게 적용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서 살고 있는 성실한 젊은 가장 ‘데니스’. 경기가 악화되자 은행에서는 변동금리를 적용하여 금리를 올린다. 하루살이 인생 ‘데니스’는 그 대출금이 연체되어 부동산 브로커 ‘릭’에 의해 단 몇 분 만에 쫓겨나고 만다.

  과거 본인의 아버지가 부당하게 당했던 장면을 온몸에 기억하고 있는 ‘릭’. 절대로 가난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며 돈이 되는 짓이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돈을 긁어모아 부자가 된 그. ‘릭’은 ‘데니스’를 한눈에 알아본다. ‘데니스’가 곧 그와 동업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데니스’는 ‘릭’의 하수인이 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자신의 가족이 모텔을 전전하며 살고 있는데 ‘릭’의 달콤한 제안을 거부할 여력이 없다.

  피해자는 곧 가해자가 되어 망치와 삽자루를 들고 연체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집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른다. 그 집 벽에, 삽자루를 든 ‘데니스’의 등 뒤에 “Kill Bankers”라고 갈겨쓰고 라스트 홈을 떠난 사람들. ‘데니스’는 house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home을 깨부수고 다니는 것이다.
  
  나도 사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산 지 몇 십 년째다. 세상은 옷과 신발과 가방, 차와 아파트를 계속 만들고 지으면서 나를 유혹한다. 지금도 넉넉하고 현재 있는 것만으로도 십년 이상은 끄떡없으련만 안타깝게도 나는 계속 그것들을 사 들이고 있다.

  물론 나의 내공이 부족함을 탓하기도 한다. 절대 빈곤의 시대를 지나서 상대적 빈곤을 조장하는, 자본주의라는 괴물과 거의 한통속이 되어서 그럭저럭 예까지 왔다.

  주가를 조작하고 집값을 담합하는 무리들을 뉴스를 통해 접한다. 아파트를 서너 채 갖고 있다 탄로가 나서 장관후보 자리에서 낙마하며 고개를 조아리는 그들도 본다.

  아파트 거품이 빠지리라. 나는 딱 집 한 채 여서 얼마나 다행인가. 나 정도면 아주 양호한 편이 아닌가. 알량한 양심이랍시고 안도할 때도 있다.

  이러한 나조차도 어찌어찌 하다 보니 분에 넘치는 꽤 큰 집을 소유하게 되었다. 내 손으로 지은 내 상상력이 동원되어 지은 집이 아니어서인지, 나는 지금도 집 짓는 환상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 고질병을 언제 고칠 수 있을지, 과연 내 생애 '라스트 홈'은 가당찮은 일일른지...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2019-05-29 19:18:51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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