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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17. 비 오는 날3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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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초의 성장통>17. 비 오는 날3

  3.

  근디 나는 그 즘에 맘먹은 것이 있어서 영어공부를 시작혔구만요. 젊은 사람이 꿈이 없으면 쓰냐고 김 양이 가르치더랑게요. 중퇴 학력 가꼬는 암껏도 못헌다, 시방이라도 공부를 허능 거시 돈버는 것이다, 야간핵교도 있고 야학이란 것도 있응게 두 눈 깍 감고 시작혀라, 불알만 달었다고 다 사내는 아니다 뭐 요따우 소리럴 씨워림서 방 구석팅로 몰아붙이드란 말요. 첨엔 뭐 요딴 것시 다 있다냐, 잘 헌다 잘 헌다헝게 별 상관을 다 허네, 이렇게 받아들였는디 곰곰 생각혀 봉게 참말로 불알만 찼다고 사내는 아니란 생각이 들드랑게요. 시방 세상은 주먹으로 먹고 사는 세상이 아니다. 먹고 살라머는 머시냐 학력도 있어야 허고 거그다가 직장도 가져야 결혼이라는 것도 헐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더란 말요. 앗따 몰로것다 야학허는디 찾어가서 억다구를 쪼까 써봐야것다 이랬는디, 거그가 긍게 금암동에 있는 전북일보 빌딩 옆구리 골목 2층 건물 거그였지요잉.

  야학 허는 선상님덜이 참말로 참 잘해줍디다. 핵교 맨치로 자기 말을 알어듣는 몇몇 놈만 데리고 허는 수업이 아니드랑게요. 영어 수학이 순 깡통인 쇤네럴 끼고 이 잡드끼 한 개씩 차근차근 가르치는디, 야아 이런 선상님덜도 있구나, 사람헌티 이로코롬 관심을 쏟는 선상님덜도 있구나, 참말로 세상이 달러보이드랑게요. 선상님덜 중 연세 지긋허신 영어 선상님이 최고 인기였는디 가끔 농담도 혔지요잉.

  “우리 집사람 얘기는 아니니까 오해 없도록 해라. 요새 주부들 중 일부는 아침에 밥할 때 손도 안 씻고 밥하는 주부도 있는 모양이다. 쌀 씻으면서 손까지 함께 씻더라 이 말이다. 신랑이 출근할 때는 물 한 방울 안 찍어바른 얼굴로 꾀죄죄 입은 차림새로 잘 다녀오세요- 인사하는 모양이더라 이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내 집 얘기가 아니다.

  하루는 그 친구가 제 집사람에게 저녁에 외식을 하자고 약속했는데 거기 나가보니까 집사람이 화장을 예쁘게 하고 예쁜 옷 입고 깔끔하게 하고 앉아 있더라 이 말이다. 그것을 본 친구가 당신, 누구한티 이뻐 보이려고 이렇게 이쁘게 차려 입고 나왔어? 따졌더라 이 말이다. 집사람은 누구는 누구? 당신한테 이쁘게 보이려고 이렇게 차려 입었지. 대답을 하니까 그 친구가, 그럼 어째서 밥할 때 손도 안 씻고 밥 하냐? 내가 출근할 때 화장은커녕 세수도 안 한 뿌세뿌세한 얼굴로 인사하냐? 퇴근하고 왔을 때도 왜 흐리멍텅하냐?, 라고 막 따졌더라 이 말이다. 여러분은 그 주부가 누구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곱게 차려 입었다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농담을 끌어가더랑게요. 긍게 선상님덜은 20명이 채 안 되는 우덜떨헌티 농담 한 개를 헐 때도 골 때리게 허는 그리가꼬 사고력인가 먼가를 넓혀주려는 농담을 혔지요. 뭣 땀시 영어를 해야 허느냐 그것도 가르쳐 주더랑게요. 긍게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책들은 거짐다 미국책을 번역헌 것이람서요? 불경이나 성경을 번역혔디끼 철학책도 소설책도 엣세인가 뭔가도 거짐 다 번역헌 것이담서요? 긍게 처음부터 우리말로 써서 완성을 헌,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에 다가갈 수 있는 책들은 우리나라에 얼마 없담서요?

  “그러니까 우리가 더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 지금 내가 여러분을 가르치는 지식의 8, 90프로는 다 미국지식이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짠지 가짠지 그것도 미국 지식을 토대로 해서 판가름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학문들은 죄다 영어로 씌어져 있다. 이렇게 쓰여진 논문들을 선행연구서라고 한다. 학자들이 영어로 써놓은 이 업적들을 공부하지 않고는 절대로 미국을 넘어설 수 없다. 미국이란 나라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추한 나라도 아니다. 우리가 영어를 통해 이런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대등한 나라가 되기는커녕 우리 역사가 가진 정체성조차 지킬 수 없다.”선상님은 우리럴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는 미국놈덜 눈치를 안 보고 살기 위해서라도 영어를 지대로 혀야 헌다고 고것이 참말로 애국이다고 이러코롬 가르치더랑게요. 이 세계에서 북아메리카를 두고 아름다울 미美 자를 써서 미국美國이라고 허는 나라는 우리나라배끼 없담서 일본만 가도 쌀미米 자를 써서 미국米國이라고 쓴다고 험서요.

  유명헌 철학책이 소설책이 뭔지 정체성이 뭔지 쇤네가 거그까지는 잘 몰로지만 하여간 수업시간은 찰지게 재미있었습죠. 반공 교육이 사람의 눈을 아주 좁아터지게 맹글어 놨담서 뻔히 알고 있는 것을 확 뒤집어서 가르쳐주는디 거그에 안 넘어갈 소살머리가 있간디요. 허여튼지 간에 낮엔 뭐 헐 일이 없응게 여그저그를 기웃거림서, 구멍가게 아자씨들 애로사항을 해결해준 대가로 용돈 꽤나 얻어씀서 시간 죽이고, 예습 복습 그렁 것도 없이 밤이면 야학에 갔습죠. 수업이 끝나먼 가끔 헛다리 짚드끼 김 양헌티 가서 공부헌 자랑도 허고 코도 풀고 그랬습죠. 그렇게 쇤네 인생이 새로 시작헐라고 용쓰는 중인디 하필이먼 그때 친구덜이 두세 달 간격도 아니고 보름 간격으로 따로따로 휴가를 나오지 않는갑쇼. 엊그저끄 귀대헌 것 같은디 특박인가 포상휴간가를 받어가꼬 또 나오는 것이 않는갑쇼. 물론 제 인생이 요따우로 막되어먹은 것은 친구들 땜시 그렁거시 아니라는 것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만 말이요. <다음편에 계속>

    
  이병초 시인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08


[2019-05-10 14:46:49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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