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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봄날 - 이병초
작성자 : 김경운 


[새 아침을 여는 시]

봄날

          - 이병초
  


꽃부터 솎아야 한다고들 해서

가지가지 온통 하얀 사과꽃 앞에 섰는데

어떤 꽃을 솎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수정된 꽃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너 통하였느냐 물어보려는 참인데

벌 한 마리 꽃에 스미어 미동도 않는다

꽃이 손가락 끝을 세워

벌의 어딘가를 긁어대는지

사알살 긁고 긁힐수록 살은 파들거리며

머릿속의 무거운 것들이 시원하게 긁혀 나오는

수상한 쾌감을 맛보는 건지

발소리 죽이고 어서 빠져나가야겠다 싶은데

어라, 사과나무에 실눈 뜬 새싹들

숨이 몽글몽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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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를 읽는 동안 저절로 웃음이 함박꽃이다. 눈앞에 사과꽃이 활짝 피어있는 향기가 나를 유혹하는 것 같다. 미동도 않는 벌 한 마리처럼 양팔을 벌려 꽃 속으로 파묻히고 싶다. 인공으로 수정을 한다는 요즈음 벌의 날갯짓은 귀한 손님으로 맞이해야 한다. 수상한 쾌감을 맛보는 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발소리를 죽여야 한다니 참 재밌다. 오랜만에 웃어보는 오후였다. 사과나무에 초록빛 새싹이 얼굴을 내밀어야 봄날이 온다. -이소애 시인

출처: 전북일보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40598&sc_section_code=S1N9


[2019-04-15 12:40:38 에 등록된 글입니다.]


김경운
'수상한 쾌감'이란 말이 좀 수상한데요? ㅎ 2019-04-15
12: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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